서울역사박물관, 80년 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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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울역사박물관, 80년 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모습은?

특수 냉장 시설에 보관되어 접근 어려웠던 미군 촬영 서울 항공사진 국내 최초 공개

이촌동 한강 백사장(1946년 11월 14일 촬영)
[더조은뉴스]서울역사박물관은 학술총서20『1945·1946년 서울 항공사진』을 발간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부터 국내외 흩어져 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조사하여 학술총서로 발간해오고 있다. 학술총서 발간 사업은 해외에서 잊혀지거나 접근이 어려워 잘 알려지지 않은 서울학 자료를 선제적으로 발굴, 조사하여 시민들에게 공유해왔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네 번째 결과물로,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NARA) 지도 분과(Cartographic Branch)의 1940-50년대 서울 항공사진을 조사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은 1934년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기록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설립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설립됐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소장된 문자 자료들은 그간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조사했지만, 서울 항공사진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해방 전후 미군에 의해 생산된 항공사진의 촬영 맥락을 파악하고, 접근이 어려웠던 원본 필름을 스캔한 자료들을 조사, 연구하여 새롭게 소개했다.

현재 국내에서 공개되고 있는 서울 전역의 항공사진은 1970년대 이후의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장 이른 시기는 1947년도이며, 서울 전역이 아닌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이번 조사로 공개되는 자료는 서울 항공사진의 시계열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이번 조사는 서울학 관련 민간연구기관인 용산학연구센터와의 공동협업을 통해 더욱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사한 자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촬영된 1945년 1월 18일자 항공사진, 고해상도로 포착된 1946년 10월 16일과 11월 14일자 항공사진을 선보인다.

제1장에서는 1945년 1월 18일에 서울 및 인근 지역을 촬영한 항공사진 총 10점을 소개한다. 미 육군항공대(AAF: Army Air Force) 소속 제468폭격전대(BG: Bombardment Group)가 26,000피트(약 7,925m)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서울 상공을 지나 서쪽의 인천 방향으로 비행하며 해방 직전 서울의 모습을 온전히 담았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소장된 서울 항공사진들은 오버레이 인덱스에 의해 정리·보관되고 있다. 오버레이 인덱스는 투명 오버레이와 항공지도로 구성되어 있다. 투명 오버레이에는 비행 일자와 시간, 고도 및 각종 촬영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비행궤적을 나타내는 도식이 그려져 있어 항공지도 위에 겹쳐 보면 찾고자 하는 지역의 항공사진 보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1945년 1월 18일 촬영 항공사진을 기반으로 작성된 판독조사보고서도 함께 소개한다. 1945년 3월 28일에 미 제20폭격사령부 사진 정보 파견대에 의해 작성된 보고서는 당시 서울의 주요 시설과 장소 33곳을 상세히 분석했다.

제2장에서는 1946년 10월 16일에 촬영한 서울 항공사진 총 34점을 소개한다. 314혼성비행단(CW: Composite Wing) 9사진정찰대대(PRS: Photographic Reconnaissance Squadron)가 15,500피트(약 4,724m)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인천에서부터 동쪽으로 비행하며 한강 주위를 촬영했고, 지금의 남양주 부근에서 선회하여 서쪽으로 비행하며 한강 이북을 촬영했다. 1945년 1월 18일자 항공사진보다 촬영 고도가 낮아 비교적 자세한 서울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해방 직후 촬영된 이 사진들은 일제가 남기고 간 흔적을 잘 보여준다. 1925년 조성된 조선신궁은 해방 직후 일본인들이 직접 해체했으나, 잔재는 1947년 서울시가 철거 공사를 진행하기 전까지 남아있었다. 1946년 10월 촬영 항공사진에는 부속 건물들이 완전히 철거되기 전 조선신궁 터의 모습이 포착됐다. 중일전쟁 이후 건립된 경성호국신사 역시 해방 직후 철거됐으나, 해당 항공사진을 통해 그 배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일제에 의해 개발되어 교통의 요충지이자 군사거점지로 활용했던 용산 지역의 모습도 잘 담겨있다. 특히 미군기지로 재편된 용산 병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6.25전쟁으로 파괴되기 이전 서울의 옛 공간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 1950년 6월 28일 국군의 작전상 폭파됐던 한강철도와 한강인도교의 폭파 이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6.25전쟁 시 폭파됐던 광진교의 폭파 이전 모습도 볼 수 있다. 한강의 두 번째 인도교로서 1936년 건설된 광진교는 이 시기 폭증했던 광나루 일대의 교통량을 감당했다. 1928년 개장한 신설동경마장의 주로(走路)와 주변 시설도 포착됐다. 신설동경마장은 6.25전쟁 때 크게 파괴되고 이후 미군 비행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제 기능을 잃었다.

해당 사진들은 서울의 옛 지형 정보, 특히 변화 이전 물길의 모습을 잘 담고 있기도 하다. 현재 홍제천은 직선으로 곧게 뻗어있는 하나의 유로로 한강과 연결된다. 하지만 1940년대까지만 해도 홍제천은 여러 개의 유로로 갈라져 흐르고 있었다. 1946년 촬영 항공사진에서 성산을 관통하는 직선 유로 이외에 S자 형태의 기존 유로가 확인된다. 과거 중랑천 또한 지금과는 달리 배봉산의 동편을 따라 흐르고 있었으며, 중랑천 너머 동쪽에 장안벌이 펼쳐지는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1946년 촬영 항공사진에서는 장안평 서쪽으로 흐르던 중랑천의 옛 물길 흔적이 확인된다. 근·현대에 들어 저자도라고 불리고 있는 지역도 잘 드러난다. 압구정동과 옥수동 사이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했던 이 섬은 1969년 공유수면매립공사에 모래가 사용되면서, 면적 대부분이 사라져 모습을 감추었다.

제3장에서는 1946년 11월 14일에 촬영한 서울 항공사진 총 14점을 소개한다. 314혼성비행단(CW: Composite Wing) 9사진정찰대대(PRS: Photographic Reconnaissance Squadron)가 16,000피트(약 4,877m)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경기도 광주에서부터 부천까지 서쪽으로 비행하며 촬영했으며, 한강 이남 지역의 옛 모습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어 귀중한 자료이다.

이 항공사진들에는 한강 이남 지역 가운데 일제강점기 개발이 진행됐던 영등포 일대가 잘 담겨있다. 특히 영등포 공업지대를 촬영한 사진을 통해 조선피혁주식회사, 용산공작소 영등포공장, 경성방직을 비롯한 여러 방직회사들의 배치를 살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포착된 번대방 영단주택은 1941년 영등포 공업단지의 배후 주거지로서 조성됐다. 번대방 지역에는 갑·을·병·정·무 5가지 유형의 주택이 총 464호 지어졌다. 주택지 남쪽에는 서울공립공업중학교(현 서울공업고등학교)와 성남중학교(현 서울 성남고등학교) 등의 학교 시설도 보인다.

해당 시기 한강 이남 지역은 대개 교외로 인식됐으며, 현재의 강남구·송파구 일대는 행정구역 상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주군에 포함됐다. 그 가운데 1971년 한강공유수면매립사업으로 육지화되기 이전 잠실도의 모습이 포착된 점이 흥미롭다. 지금의 잠실과는 달리 하중도와 육지 사이로 송파강이 흘렀다. 마을과 일부 학교 시설을 제외하고는 논밭이 펼쳐져 있어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현재의 모습과 대조된다. 이촌동은 1960년대까지 모래벌판이 펼쳐져 있어 여름에는 서민들의 피서지가 됐고, 때로는 정치 유세의 장이기도 했다. 1946년 11월 촬영 항공사진에는 개발 이전 이촌동 한강백사장의 모습이 잘 나타난다. 1968년 한강변을 매립한 택지에 이촌동 공무원 아파트가 준공됐다. 이후 한국수자원개발공사가 진행한 공유수면매립공사에 따라 한강맨션아파트, 한강외인아파트 등이 건설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사진에 대한 개별 해설 외에도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청 소장 해방 전후 서울 항공사진의 역사와 활용 방안'(김천수), '1945-1946년 미군정기 항공사진을 통해 본 서울의 공간 구조'(박선영)라는 2편의 전문가 논고도 함께 수록되어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일제강점기 말에서 해방 직후에 이르는 시기 옛 서울의 모습을 기록한 서울 항공사진이 1940년대 서울학 자료의 공백을 보완하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술총서20 1945·1946년 서울 항공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숍과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박종수 기자 0801thebett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