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삼화사 지화장엄, 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 신도 중심 전승·불교의례와 예술성 결합한 종이꽃 장엄 문화 박종수 기자 0801thebetter@naver.com |
2025년 04월 17일(목) 0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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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삼화사지화장엄보존회가 전승해온 ‘동해 삼화사 지화장엄’은 신도 중심의 독특한 전승 방식, 불교 의례에서의 활용성, 지화의 예술성과 수행적 의미가 복합적으로 인정받아 이번 지정으로 이어졌다.
“지화(紙花)”는 종이로 만든 꽃 또는 그 기법을 말하며, “장엄(莊嚴)”은 이를 아름답게 장식하여 부처에게 공양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화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불교 신앙과 의례의 정수가 담긴 수행물이다. 생화를 대체하기 위해 제작된 지화는 정성과 시간을 들여 제작되며, 꽃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불자의 수행 행위로 여겨진다.
삼화사의 지화장엄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신도 중심 전승’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타 사찰의 지화가 대체로 스님 중심으로 제작되는 것과 달리, 삼화사에서는 신도들, 특히 연등회 회원들과 지화장엄 보존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제작한다. 이들은 한지 염색부터 재단, 조립, 장식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으며, 매주 주말 사찰에 모여 함께 지화를 제작하며 전통을 잇고 있다.
삼화사에서 제작되는 전통 지화는 모란, 작약, 국화, 연꽃, 수국, 다리화, 부들, 연밥 등 다양한 꽃 종류를 포함한다. 이들 지화는 각 의례의 장엄 위치에 따라 상단·중단·하단으로 배치되며, 극락정토의 상징적 질서를 표현한다. 특히 연꽃은 영가단 장엄에 사용돼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핵심 상징으로 여겨진다.
전통지화의 제작 과정은 한지 구입부터 재단, 염색, 주름잡기, 작봉, 꽃 피우기, 난등치기, 꽃꽂이까지 정교하고도 긴 절차를 따른다. 염색된 한지를 일정한 크기로 재단하고, 주름을 잡아 입체감을 만든 뒤, 꽃잎 하나하나를 정성껏 겹쳐 붙이며 생명을 불어넣는다. 마지막에는 부채형이나 팽이형으로 난등을 만들어 꽃을 단에 장엄한다. 신도들은 이 과정을 단순한 공예가 아닌 수행으로 여기며, ‘꽃을 만든다’가 아니라 ‘꽃을 피운다’고 표현한다.
삼화사의 지화 전통은 2001년 삼화사국행수륙대재가 부활하면서 본격적으로 체계화됐으며, 당시에도 신도들과 스님들이 직접 느티나무 가지에 지화를 부채처럼 엮어 단을 장식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후 매년 9월 열리는 수륙재에는 수천 송이의 지화가 동원되며, 지화를 만드는 일부터 의례 후 소각하는 과정까지 모두 수행과 신심의 표현으로 이어진다.
삼화사 지화는 수륙재, 사십구재, 영산재, 생전예수재 등 불교 의례에서 단과 영가단을 장엄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불전 공양, 헌화, 춤의 도구, 장례 의식의 꽃으로도 사용되며, 불단을 극락정토로 형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례가 끝난 후에는 모든 지화를 소각함으로써 무상(無常)을 상징하고, 그 수행 공덕을 회향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삼화사 지화장엄은 단지 불교의례에서의 장식적 요소에 그치지 않는다. 염화미소(拈花微笑)에서 보이듯 꽃은 불교에서 깨달음과 신심의 상징이다. 특히 삼화사에서는 지화 장엄이 수륙재 설단의 핵심 구성으로 기능하며, 봉송회향 시 신도들이 이 지화를 손에 들고 회향소로 향한다. 이때 지화는 불꽃으로 타올라 한 줌의 재로 남는다. 이는 번뇌를 비우고 깨달음을 구하는 불교 수행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문화유산 심의위원회는 “삼화사 지화장엄은 삼화사 수륙재의 연원과 내력이 동일 선상에 놓여있다 볼 수 있으며, 신도들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지화 제작과 지역적 요소가 결부되어 지정 가치가 있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또한, 현지 조사를 통해 천연염료 사용에 대한 이해, 기술성과 전통지식을 이해하고 지화장엄을 전형대로 체득·실현할 수 있는 기량과 전승기반을 갖추고 있어 삼화사 지화장엄보존회를 보유단체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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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문화예술과장은 “삼화사 지화장엄이 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온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삼화사 지화장엄이 체계적으로 보존·전승되고, 지역 문화자산으로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동해시는 향후 별도의 지정서 전달식을 통해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할 예정이며, 전승과 활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무형유산 지정은 불교 예술과 지역 공동체 문화가 어우러진 삼화사 지화장엄이 ‘살아 있는 전통’으로서 지닌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종수 기자 0801thebetter@naver.com